#모양 벽시계 만들기

집성목으로 ‘#’을 닮은 벽시계를 만들어 봤습니다.

2019년도 부산반빈곤센터에서 ‘만들기’ 모임을 신설하려 했습니다.
가능성을 보려고 운영위원들이 시범적 모임을 가졌습니다.
그 모임에선 집성목과 무브먼트로 자기만의 시계 만들기를 했습니다.
저는 # 기호를 변형한, 언뜻 보면 톱니바퀴처럼 보이는 벽시계를 만들었습니다.
(2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 모임은 신설되지 않았습니다.)

직소로 집성목을 자르는 중

█ 설계 준비

시계를 설계하기 전에 만들기에 사용할 재료를 확인하고 필요한 것을 준비했습니다.

▌재료 확인

벽시계 만들기의 주재료인 집성목은 센터에 있는 것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센터에 있는 집성목은 두께가 18mm입니다.

▌무브먼트 고르기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무브먼트 중에 중간나사가 가장 긴 것은 15mm입니다.
18mm 집성목에 설치할 수 있으려면 20mm 이상이 필요했지만 그런 무브먼트는 없었습니다.
집성목에 무브먼트가 들어갈 수 있는 홈을 만들기로 하고 중간나사의 길이가 11mm인 것을 구매했습니다.

초침까지의 길가 18mm인 무브먼트

 

█ 설계

‘#’을 쏙 닮은 시계를 만들고 싶어서 중심을 비우려 했지만, 무브먼트가 중심에 있어 그러진 못 했습니다.
그리고 기울어진 모양으로 시계를 만들면 시간을 읽기 어려울 것 같아 반듯하게 설계했습니다.
그 결과, ‘#’보다는 톱니바퀴에 가깝게 설계되었습니다

3D CAD 설계엔 Autodesk Fusion 360을 사용했습니다.
Fusion 360은 비상업적 용도로 일부 기능을 제외하고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샵모양 벽시계 렌더링 이미지

시곗바늘은 시침과 분침만 사용하며, 전체 형태와 어울리게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으로 설계했습니다.

집성목 가공에 사용할 도면

집성목에 도면을 붙여서 가공할 수 있도록 1:1 축척으로 도면을 출력하고 싶었지만, A4보다 큰 용지를 출력할 수 없어서 1:2 축척으로 도면을 만들었습니다.

프린터 출력용 시곗바늘 형상

무브먼트의 시침축과 분침축의 지름을 고려하여 3D 프린터로 출력이 가능한 시곗바늘을 설계했습니다.

문자, 숫자 각인 도면

문자와 숫자는 레이저각인기로 새길 수 있도록 백터이미지로 그렸습니다.

█ 제작

만들기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시곗바늘 출력 - 3D 프린터 사용
2. 집성목 절단 - 직소 사용
3. 무브먼트 중심나사 구멍 뚫기 - 드릴 사용
4. 무브먼트 홈 파기 - 트리머 사용
5. 집성목 다듬기 - 사포, 줄 사용
6. 문자, 숫자 각인 - 레이저각인기 사용
7. 고리 달기
8. 무브먼트와 시곗바늘 조립

공간과 장비를 빌려서 작업을 하느라 여유가 없어서 일부 과정만 사진 기록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3D 프린터로 출력한 시곗바늘

출력된 시곗바늘이 살짝 휘어져 있어 약하게 가열하여 반듯하게 폈습니다.

레이저각인과 고리 달기가 완료된 벽시계

레이저로 각인된 <기억의 방>은 “어제를 잊지 않고, 내일을 잇다.”라는 표어로 대안문화연대에서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공간의 이름입니다.

고리는 마끈과 나사로 만들었습니다.

완성된 샵모양 벽시계

무브먼트의 중심나사에 너트를 끼워 고정하고 시침과 분침을 12시를 향하도록 꽂아서 벽시계 만들기를 완료했습니다.

█ 작업 후기

▌무브먼트 홈 파기

이번 만들기에서 처음으로 트리머를 사용했습니다.
트리머로 홈을 팔 때 나오는 톱밥과 먼지가 어마어마해서 매우 놀랐습니다.
날리는 먼지로 절삭 면을 제대로 볼 수 없어, 홈을 사각형으로 반듯하게 파지 못했습니다.

삐뚤빼뚤한 무브먼트 홈

▌장비 대여

3D 프린터를 제외한 장비들을 빌려서 작업을 하느라 작업장 이동이 많았습니다.
시곗바늘 출력은 집에서 했고 집성목 절삭 가공은 모임 장소에서 했으며 레이저각인은 지인의 작업 공간에서 했습니다.
실제 작업 시간만큼 이동 시간이 들었던 만들기였습니다.

█ 사용 후기

샵모양 벽시계를 보고 샵 모양임을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대부분 톱니바퀴로 봤습니다.
'#'처럼 기울어진 모양으로 설계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습니다.

가장 저렴한 무브먼트라 그런지 시간오차가 심했습니다.
1개월에 1분 정도 틀어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