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보일러 연통 교체

낡아서 구멍이 뚫린 기름보일러 연통을 교체했습니다.


저의 집은 여름에 보일러를 틀어서 갓 수확한 고추를 말립니다.
작년 여름에도 고추를 말리려고 보일러를 켰습니다.
그런데 잘 돌아가던 보일러가 갑자기 꺼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다시 켜면 안 돌아갔지만 한참 후에 켜면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돌리면 이전보다 더 빨리 꺼졌습니다.
이 문제로 수리 기사님을 2번이나 불렀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제가 직접 해법을 찾기로 했습니다.

잠시라도 돌아가는 걸 보면 보일러 자체의 고장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보일러가 작동하면 발생하는 것들이 문제의 원인으로 보였습니다.

지하실에 있는 보일러가 꺼지면 즉시 상태를 확인하려고 부엌 바닥에 있는 지하실 출입구를 열어두고 보일러를 켰습니다.
보통 10분 이내에 꺼지던 보일러가 안 꺼지고 계속 돌아갔습니다.
달라진 것은 지하실 출입구를 열어 둔 것뿐이라 공기의 흐름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보일러가 켜시면 예전보다 지하실에 매캐한 냄새가 많이 나는 것이 배기가스가 새서 지하실에 차는 것 같았습니다.

부엌에 있는 지하실 출입구

정말 배기가스가 원인인지 알아보려고 지하실 출입구를 닫은 체 문밖에서 보일러가 꺼지길 기다렸습니다.
저의 집 보일러는 점화가 제대로 안 되면 재점화를 3번 더 시도합니다.
보일러가 작동하는 소리가 멈추고 잠시 후에 재점화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1차 재점화가 실패하고 잠시 대기하는 시간에 문을 열고 지하실로 들어갔습니다.
지하실엔 매캐한 냄새가 가득했고 제2차 재점화를 시켜볼 수 있었습니다.
제2차 재점화도 실패하고 제3차 재점화를 동영상 촬영하려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3차 재점화를 촬영하고 있는데, 꺼지지 않고 정상 점화가 되었습니다.
열어둔 문으로 배기가스가 빠져나가서 정상으로 돌아간 것이 분명했습니다.
배기가스가 어디서 새는지 찾아야 했습니다.

보일러 상단의 배기구부터 연통을 훑어보며 배기가스가 새는 곳을 찾아봤습니다.
보일러에서 1m 정도 떨어진 연통의 아랫부분에 까만 점들이 보였습니다.
그 점들이 너무 까매서 구멍인지 뭔지 확인하려고 막대를 넣었더니 쑤욱 들어갔습니다.
배기가스가 새는 구멍은 한두 개가 아니었고 2m 정도 줄지어 있었습니다.
알루미늄 은박 테이프로 보수를 할 수 없는 상태여서 연통을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드라이버가 들어간 연통의 까만 구멍

배기가스가 새는 기존 연통

█ 준비

▌연통의 길이

우선 필요한 연통의 길이를 확인했습니다.

기존 연통은 배기구가 저의 방 창문 아래에 있어 보일러가 돌아갈 때면 창문을 열기 어려웠습니다.
배기가스가 창문을 통해 들어오지 못하게 연통의 끝이 창문 위에 위치하도록 연통을 길게 준비했습니다.

필요한 연통의 길이 : 약 8m

▌연통과 부속품 주문

보일러의 배기구 지름은 75mm입니다.
배기가스가 연통 8m를 원활히 지나갈 수 있도록 보일러의 배기구보다 더 큰 100mm 연통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75mm와 100mm를 연결할 수 있는 덕트 레듀샤를 포함하여 부속품 6가지를 주문했습니다.

연통, 덕트 커플링, 덕트, 레듀샤, 삿갓, 스텐밴드, 내열 실리콘

█ 철거

설치 전에 기존 연통을 제거했습니다.
보일러 배기구에 바로 연결되어 있던 기존 75mm 연통은 덕트 레듀샤 연결에 사용하려고 남겨 뒀습니다.

덕트 레듀샤 연결 후에 찍음

█ 설치

남겨 둔 75mm 연통으로 덕트 레듀샤를 보일러에 연결하는 것부터 연통의 끝에 삿갓을 달기까지 차근차근 설치했습니다.

75mm 연통을 적당히 잘라서 덕트 레듀샤를 보일러에 연결했습니다.

레듀샤 설치

뜨거운 연통이 기름통에 닿지 않도록 천장에 철사를 달아서 연통을 매달았습니다.

철사로 매달린 연통

연통이 처지지 않게 기존 연통에 사용되었던 전선으로 연통을 하수관에 묶었습니다.

하수관에 묶인 연통

4.5m 길이로 파는 연통을 2개 구매하여 덕트 커플링으로 연통을 연장했습니다.

실리콘을 바른 후에 찍음

바람에 힌들리지 않게 철사로 벽에 고정했습니다.

벽에 고정된 연통

연통 끝에 삿갓을 연결하고 삿갓이 처마와 벽 사이에 위치하도록 삿갓을 고정했습니다.
삿갓 고정은 친형이 직장에서 사용하는 사다리를 가져와서 친형이 작업해 줬습니다.

삿갓을 고정하고 있는 중

벽에 고정된 삿갓

마무리로 배기가스가 지하실에서 새지 않도록 이음부의 틈을 내열 실리콘으로 메웠습니다.

내열 실리콘을 바른 보일러 상단의 배기관

█ 작업 후기

▌낡은 75mm 연통

설치되어 있던 75mm 연통이 낡고 덕트 레듀샤의 75mm 부위가 조금 커서 연결에 애먹었습니다.
힘을 줘서 덕트 레듀샤에 연통을 끼우려 하면 나선으로 접합된 연통이 분해되어 연통을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자른 75mm 연통은 사용할 수 없을 만큼 분해되어 버리고 다시 자른 것은 아주 조심히 끼워서 연결에 성공했습니다.
다음엔 분해가 되지 않는 민자 연통을 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압축된 연통

압축된 연통을 혼사서 펴는 것이 예상보다 너무 힘들었습니다.
한 손에 잡히지 않는 100mm 연통은 양손으로 당겨서 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연통을 배에 대고 연통을 배에 두르는 식으로 연통을 폈습니다.
용써서 연통을 2m 정도 늘렸을 때, 구세주 친형이 와서 친형의 도움으로 아주 쉽게 나머지를 늘렸습니다.
압축 연통은 혼자서 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작업이었습니다.

█ 사용 후기

연통을 교체하고 보일러를 사용하기 전까지 저의 해법을 반신반의하셨던 아버지가 문제가 해결된 보일러를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연통 교체 전에 아버지에게 배기가스로 인한 연소 불안정이 문제의 원인일 수 있다는 설명을 했지만, 이해를 못 하셨는지 제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고장 원인을 이해하진 못했겠지만, 제 말을 예전보다는 잘 믿어 주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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